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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갑을관계 역전…애플에 '복수' 나선 메모리 반도체 업계

WSJ · 2026.10.28 09:00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용 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거 애플의 압도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과거 애플에 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던 일본 키옥시아의 영업 임원 스콧 넬슨은 과거 애플과의 불공평한 거래에 대한 분노로 자신의 아이포드(iPod)를 총으로 쏴 부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은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 구매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공급업체들의 장부를 들여다보며 최저가를 강요했고, 업체들은 애플이 헐값에 사 간 메모리를 소비자에게 비싸게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AI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AI 수요로 인해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1년 새 5배나 뛰었다. 2년 전만 해도 애플의 플래시 메모리 구매량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구글의 구매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으나, 현재는 이들 하이퍼스케일러의 구매 비중이 애플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공급업체들에 강력한 협상력을 부여했다. 메타, MS, 아마존은 올해 키옥시아와 높은 가격에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반면 그동안 분석가들의 경고를 무시해 온 애플은 허를 찔린 모양새다. 테크인사이츠는 애플이 올해 플래시 메모리 구매에 약 25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2025년(회계연도 기준)에 60억 달러로 살 수 있었던 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팀 쿡 애플 의장은 최근의 메모리 칩 가격 급등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2023년 기가바이트당 5센트까지 떨어졌던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AI 산업의 수요 덕분에 현재 30센트 이상으로 550% 급등하며 애플의 높은 마진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WSJ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 17 프로 구매자가 256GB 기본 모델보다 용량이 두 배 큰 모델을 선택할 때 지불한 추가 비용 200달러 중 애플이 부담한 메모리 원가는 당시 15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6달러까지 치솟았다.

테크인사이츠의 분석가 월트 쿤은 "애플은 역사적으로 메모리 공급업체들과 매우 혹독한 협상을 해왔다"며 "권력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는 지금 공급업체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만족감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성명을 통해 "수십 년간 많은 공급업체와 협력해 왔으며 그들의 파트너십을 깊이 가치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WSJ의 조사 결과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 이후 2025년까지 저장용량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받은 금액 1달러당 평균 80센트 이상의 매출총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애플은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아이폰의 경우 구형 모델을 포함해 평균 13% 가격이 올랐다. 신문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가격 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애플이 언제쯤 다시 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과거 애플의 구매 전략을 주도했던 인물은 '블레비네이터'로 불린 토니 블레빈스 전 구매 담당 부사장이었다. 그는 공급업체들을 동시에 불러 경쟁을 붙이거나, 저녁 식사 시간도 없이 자정 넘게 협상을 이어가는 등 무자비한 수법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통해 애플보다 싼 가격에 메모리를 파는 곳이 없는지 수시로 장부를 조사했으며, 실제로 마이크론이 다른 고객사에게 더 싸게 판 사실을 적발해 수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공급업체들과 애플의 갈등은 수년간 지속되어 왔다. 2015년 샌디스크가 추가 공급 요청을 거절하자 블레빈스는 당시 CEO에게 "무릎을 꿇고 기어오게 만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웨스턴디지털이 예약 수수료를 요구하자 블레빈스가 보복을 예고하며 해당 업체가 애플에 칩을 팔려면 오히려 테스트 비용을 내게 만드는 굴욕적인 조건을 강요하기도 했다.

업계의 저점이었던 2023년, 플래시 메모리 업계가 190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애플은 저장용량 판매만으로 140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키옥시아의 넬슨은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 글은 WSJ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WSJ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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