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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빌리고 죽기' 부유층 절세 전략, 5조 달러 시장으로 급성장

WSJ · 2026.10.26 09:00

주식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금을 피하면서 자산을 불리는 이른바 '사고, 빌리고, 죽기(Buy, Borrow and Die)' 전략이 전 세계적으로 5조 4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고, 빌리고, 죽기'는 부유층이 선호하는 자산 증식 공식이다. 이들은 저택이나 요트, 영화 스튜디오 등을 매입할 때 보유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대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주식을 매각하지 않음으로써 양도소득세를 피하고 자산 가치 상승의 이점은 그대로 누리는 방식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들에도 이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담보물인 주식은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즉시 처분이 가능해 손실 위험이 적고, 대출 수수료의 대부분을 순이익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세계 57개 주요 프라이빗 뱅크(PB) 등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및 채권, 가상자산 등을 담보로 하는 증권 담보 대출 시장 규모는 약 5조 4천억 달러(약 7천5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롬바르드 대출(Lombard loans)'로 불리는 이 상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딜로이트 스위스의 에릭 구츠빌러 신용 부문 책임자는 "과거에는 초고액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일반 부유층과 소매 금융 고객들까지 이 상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고,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이 합쳐서 12%를 점유하고 있다. 다만 고객들이 설정된 대출 한도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대출 실행액은 약 1조 6천억 달러 수준일 것으로 매체는 분석했다.

이러한 대출은 별도의 복잡한 신용 조사가 필요 없어 승인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구츠빌러 책임자에 따르면 평균 담보인정비율(LTV)은 약 50%이며, 금리는 기준금리에 약 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 수준이다. 스위스의 전통적인 PB들의 경우, 이러한 대출 서비스가 연간 이익의 25~30%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딜로이트는 덧붙였다.

이 전략을 대중화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꼽힌다. 이들은 설립한 회사의 지분을 팔아 세금을 내거나 의결권을 잃는 대신 주식 담보 대출을 활용한다. 엘리슨은 최근 아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10만 달러 이상의 비퇴직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담보 대출 잔액이 3분기 기준 7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5% 급증했다고 밝혔다. 영국 모뉴먼트 은행의 자비에 드 포 대출 이사는 내년부터 일반 투자자들도 "억만장자의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담보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거의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시장 하락 시 강제 매각 위험과 세금 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일부 은행이 가상자산에 대해 최대 90%의 LTV로 대출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담보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은행들은 즉각적이고 무자비하게 자산을 청산해 위험을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WSJ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WSJ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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