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고금리에도 현금 동원한 부유층 '명품 주택' 쇼핑
미국 주택시장이 고금리 여파로 서민용 저가 주택 거래는 얼어붙은 반면, 부유층의 현금 구매가 주도하는 고급 주택 시장은 활기를 띠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은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한쪽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집값과 7%를 넘어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탓에 구매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많은 도시에서 거래가 정체됐으며, 판매자들은 구매자를 유인하기 위해 저가형 주택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반면 부유한 구매자들이 포진한 고급 주택 시장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거나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며 고금리 파고를 피해 가고 있다. 시장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의 구매력 덕분에 지난 2년간 전국의 집값은 4% 이상 상승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이분법적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50대 대도시 중 33곳에서 고급 주택 가격이 입문용 주택보다 더 빠르게 오르거나 더 느리게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AI) 붐으로 테크 기업 직원들이 막대한 부를 쌓은 샌프란시스코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의 집값 상승은 대부분 고급 주택 시장에서 비롯됐다. 퍼스트 아메리칸에 따르면 고급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6% 상승한 반면, 입문용 주택은 1.7%, 중간 가격대 주택은 0.6% 각각 하락했다.
팬데믹 이후 신규 건설이 급증하며 재고가 늘어난 플로리다주 탬파 인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8월 기준 30만 5천 달러 미만의 하위 3분의 1 시장 가격은 4.1% 하락했으나, 47만 1천833달러 이상의 고급 주택 가격은 0.4% 상승하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매체는 이러한 주택 시장의 추세가 미국 내 경제 계층 간의 자산 격차 확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직업을 가졌거나 사업 및 주식 투자에 성공한 미국인들의 자산은 급증한 반면,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은 자산 형성 기회에서 소외된 채 치솟는 물가와 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축 주택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포착된다. 주택 건설업체들은 입문용 주택보다 마진이 훨씬 높은 고급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많은 건설사가 쌓여가는 저가형 주택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모기지 금리 인하 혜택 등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문용 주택 건설사인 레나(Lennar)의 3분기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38만 3천 달러에서 올해 37만 2천 달러로 하락했다. 반면 고급 주택 건설사인 톨 브라더스(Toll Brothers)의 평균 판매가는 97만 4천 달러에서 99만 6천 달러로 올랐다.
현금 결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톨 브라더스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구매자의 25%가 현금으로 대금을 치렀다고 밝혔다. 더글러스 이어리 톨 브라더스 회장은 “고급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탬파항에서 근무하는 트래비스 글렌-로즈와 그의 아내 케이트는 7.5%에 육박하는 금리 때문에 주택 구입을 포기했다. 트래비스는 “그 시점에서 찾기를 멈췄다”며 “우리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들 부부는 35만~40만 달러 예산으로 2천 평방피트 규모의 집을 찾고 있었으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예상했던 월 납입금을 맞추려면 4만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 비상금을 털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그는 “집값이 내려가거나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게는 저가형 주택의 수요 약화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탬파로 이주한 지 4년 된 앨런 페루글리오는 최근 가격이 조정되자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호가에서 2만 달러씩 깎인 매물들이 나오면서 더 공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옮겨가는 이들은 팬데믹 이전 저렴할 때 산 집의 가치가 오르면서 확보한 수십만 달러의 시세 차익을 활용하고 있다. 2021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오크 아일랜드의 집을 샀던 마르텐 쇼퀴스트는 최근 집을 155만 달러에 팔고 메인주에 72만 5천 달러짜리 집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그는 “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좋은 구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지역에서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클리블랜드와 피츠버그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에서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저가형 주택 가격 상승률이 고급 주택을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구매 열풍이 불었던 텍사스주 오스틴과 달라스 등지에서는 입문용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며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부동산 중개인 돈 웨셀은 금리 인상으로 시장 활동이 멈췄다며 “직업이나 가족 상황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과 돈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시장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글은 WSJ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WSJ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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