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신 주식'…영미권 자산 형성 공식이 바뀐다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부의 축적 수단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주식이 새로운 자산 형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과거 영국 대학생들에게 '내 집 마련'은 필수적인 통과의례로 여겨졌으나, 최근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런던 노팅힐에 거주하며 AI 및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일하는 33세 소피 블랭크 씨는 저축액을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하며 "행복하게 월세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사다리에 오르는 일을 뒤로 미뤘다.
전통적으로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와 달리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영미권에서는 내 집 마련이 부를 쌓는 주요 수단이었다. 영국 요크셔 빌딩 소사이어티는 은퇴 연령의 주택 소유자가 세입자보다 평균 80만 파운드(약 110만 달러) 더 부유하며, 이 자산 격차의 절반가량이 부동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호주에서도 납세자 7명 중 1명이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할 정도로 부동산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이 부의 경로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에 따르면 많은 국가의 주택 시장이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가격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18~34세 인구의 60%가 부모와 함께 살 정도로 주택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는 2025년 증가한 글로벌 가계 자산 40조 달러 중 57%가 주식에서 발생했으며, 부동산의 기여도는 15%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5년간 부동산이 평균 52%, 주식이 26%를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라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미국 가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을 추월했다고 계산했다. 특히 주택 가격 부담을 느낀 청년층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JP모건 체이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투자 계좌에 돈을 넣은 25세 청년의 비율은 6배나 급증했다.
자산 가치의 변동성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이 지난 10년(약 5%)의 절반 수준인 2.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경우 평균 주택 가격이 실질 가치 기준으로 20년 전보다 낮아진 상태다. 반면 MGI의 얀 미슈케는 기업 주식의 시장 가치가 자산 장부가액 대비 닷컴 버블 당시보다 50%나 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의 변화도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던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축소하는 추세다.
영국은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부당 퇴거를 막는 제도를 도입했고, 캐나다는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를 2027년까지 금지했다. 그 결과 영국의 임대용 부동산 매각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고 토론토의 콘도 판매가 급락하는 등 투기적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열풍이 가라앉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위험을 줄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이는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블랭크 씨는 "주택 소유가 기성세대에게는 놀라운 성과를 안겨주었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같은 수준의 부동산 부를 쌓는 것을 꿈만 꿀 수 있을 뿐"이라며 부동산이 더 이상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이코노미스트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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