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완패한 빅테크… 美 민주당 의회 권력 장악에 '초비상'
미국 중간선거에서 빅테크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전폭 지지해 온 공화당 후보들이 잇따라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면서, 실리콘밸리와 거대 기술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Politico가 보도했다.
Politico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약 5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쏟아부었음에도 그가 거주하는 텍사스주는 민주당 성향으로 돌아섰고,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등이 슈퍼 정치자금위원회(PAC)에 투입한 수천만 달러 역시 참패로 끝났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자금이 좌절됐고, AI 안전성 단체들은 민주당이 통제하는 의회에서 의사봉을 쥐게 될 동맹들을 지원하며 환호했다.
과거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장을 보좌했던 공화당 기술 컨설턴트 에반 슈바르츠트라우버는 공화당이 가뜩이나 불리한 여건에 처할 필요가 없었다며, 유권자들에게는 이란 전쟁과 그 국내적 영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에도 당이 규제 없는 빅테크 및 통제 불능의 AI와 유착된 모습은 공화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러 주요 이면에서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의 상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들은 상대 진보 진영을 데이터센터 건설의 주역으로 강하게 몰아세우며 '빅테크'를 미국의 주요 적폐로 거듭 지목했다. 반면 기술 업계 기부자들은 데이터센터나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공화당 상대 후보들을 각각 지원했었다.
조지아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존 오소프 의원은 승리 연설에서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스스로 벙커를 파는 한편, 그들이 만드는 인공지능이 인류 멸종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페이지 코그네티, 보 브룩스, 보 하비 등이 하원 선거 유세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를 거세게 비판하며 승리를 거뒀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 제국을 확장해 온 텍사스주에서는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가 공화당의 켄 팩스턴을 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당선된 지나 히노호사의 놀라운 승리는 빅테크를 수세에 몰아넣을 전망이다. 헌터브룩 미디어의 발행인인 샘 코펠만은 전체 AI 산업이 텍사스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거대한 레버리지 베팅을 감행했으나 이번 선거로 완전히 판도가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당내에서 기술 업계와의 유착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공화당 인사들도 이러한 관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가족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의 선임 연구원인 보수 성향의 대니얼 코크레인은 행정부와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우려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빅테크 및 기업 플루토크랫(금권 정치인)들과 손을 잡았다며, 미국 국민은 거대 AI와 거대 정부의 동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는 미국 전체 계획 데이터센터 용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월가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한 건설 프로젝트 지연과 성장 둔화에 대비하고 있다. 앨라이언스의 브렌던 스타인하우저는 유권자들이 데이터센터에 대해 더 강력한 입장을 원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그러한 입장을 취했더라도 이미 '시기를 놓쳤을(too little, too late)'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뿐만 아니라 오하이오, 조지아, 위스콘신, 메인, 미시간 등 각지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인들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지불 유예/건설 중단)을 직간접적으로 지지해 왔다. 로스앤젤레스 교외에서 오하이오의 여러 도시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조치가 단독 안건으로 상정되었을 때 유권자들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내 주가와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AI 서사에 큰 타격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비아스카(SMBC) 아메리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전 참모였던 조 라보르냐는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주식 시장이 단기적으로 하향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튼스쿨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교수 역시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가 AI 거품의 바람을 더 많이 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빅테크의 실망감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단연 머스크다. 그가 지원한 전국 각지의 후보들은 오하이오의 주지사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와 팩스턴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곳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반면 민주당 측의 억만장자 거액 기부자인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머스크가 '권위주의적 광대들을 권력에 붙들어 매기 위해 터무니없는 금액을 썼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기부를 옹호했다.
당사자인 머스크는 온라인상에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이 추진하려는 아이디어를 치켜세웠다. 그는 X(구 트위터)에 우주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지금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앞으로 기술 CEO들을 맹비난하려는 민주당의 주요 의회 감독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발등의 불을 끄게 생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텍사스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하원의원 그레그 카사르는 유권자들이 AI 억만장자들에게 매수된 공화당을 거부했다며, 민주당은 그들의 수표를 현금화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기술 업계의 거물 기부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부유세 저지를 위해 억만장자 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였던 캘리포니아에서 최대 승리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AI 규제 지지자들은 머스크의 패배와 민주당의 우세를 환영했다. 낸시 펠로시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 연방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AI 안전성을 조기에 주창해 온 스콧 위너 민주당 주 상원의원의 파티장 밖에서는 참석자들이 머스크가 그 많은 돈을 헛되이 썼다며 기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민주당이 새롭게 확보한 의회 감독 권한을 적극 활용해 AI를 모든 각도에서 현미경 검증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Politico는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엘렌 워런 상원의원의 전 경제 참모인 바라트 라마무르티는 일상생활에 닿아 있는 AI의 여러 측면에 대해 감독과 조사를 진행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워런 의원과 여러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맥도날드 크리스 켐프친스키 CEO에게 서한을 보내 회사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장소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데 AI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워런이 이끌 가능성이 있는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는 AI 투자 붐을 이끄는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으며, 식료품과 항공사 등 일상 산업 전반에 AI가 스며들면서 빅테크 외의 CEO들도 민주당 주도 의회에서 집중 추궁을 받을 전망이다.
머스크, 샘 알트만, 다리오 아모데이 같은 빅테크 수장들이 의회 증언대에 불려 나올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지배적이었다. 진보 코커스 의장인 카사르 의원은 기술 리더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 자유,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거듭 비판했다.
나아가 구글이 AI 접근을 제한하는 학교에는 기본 검색 엔진 접근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로힛 초프라 등 진보 진영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라마무르티는 구글의 이러한 조치가 민주당의 경제 전반 AI 배치 감독 접근법이 얼마나 넓어질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선거 당일 샌프란시스코 AI 컨퍼런스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기술 자문인 데이비드 삭스는 오픈소스 AI 모델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오픈 모델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적 흐름으로 볼 때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삭스의 이러한 발언은 의회 권력 교체 직전 오픈소스 AI를 둘러싼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앤스로픽이 의회 의원들 사이에 은밀히 유통해 온 초기 AI 안전 및 보안 규제 초안 법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 법안이 너무 광범위한 모델을 '부담스러운 규제 승인 절차'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삭스는 오픈소스 진영이 정치적으로 더욱 조직화되어 규제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오픈AI와 앤스로픽 두 회사가 시장 '복점(duopoly)'을 형성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굽히는 규제를 촉진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앤스로픽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규제 포획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일부 AI 옹호론자들 역시 오픈AI의 강력한 안전 정책 추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이 글은 Politico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Politico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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