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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AI가 질병 정복" 호언장담에 제약업계 "생물학은 복잡" 냉소

WSJ · 2026.11.04 09:00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통한 질병 완치를 장담하고 있으나, 실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업계 경영진들은 생물학의 복잡성을 이유로 이러한 낙관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최근 기술 업계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10년 안에 AI가 대부분의 인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기술 기업 임원은 AI가 폐암을 정복할 것이라는 확신에 차 AI 연구원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약업계 경영진들의 시각은 다르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의 제프 라이든 회장은 AI가 7년 안에 질병의 90%를 고칠 것이라고 주장한 한 기술 업계 리더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완전한 헛소리(complete BS)"라고 일축했다.

WSJ에 따르면 버텍스는 약 50개의 AI 기업을 동원해 1만 개의 약물 화합물 데이터 세트를 샅샅이 조사했으나, 실제 작동하는 약물을 만들어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라이든 회장은 "AI 스스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회사가 있다면, 적어도 우리가 대부분의 업체를 살펴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경영진들은 AI가 조만간 암을 정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가 초지능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며, 신약 연구 분야에서의 AI 열풍을 경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물론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표적을 선정하고 실험용 의약품을 미세 조정하며,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식별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는다. 라이든 회장 역시 AI가 과학자의 "부조종사(co-pilot)"로서 유용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의료 분야에 AI를 통합하려는 경쟁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약속과 제약업계가 직면한 가혹한 현실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생물학에는 여전히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오 CEO는 "이 업계에 오래 머물다 보면 겸손해지는 법을 빨리 배우게 된다"며 "질병과 생물학은 매우 복잡하기에 AI가 암을 치료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비약(jump)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AI 바이오테크 인시트로와 심장병 및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4천만 달러 규모의 선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임상시험 환자 모집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오라클과도 손을 잡았다.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새로 문을 연 연구개발 센터에서도 AI를 활용해 실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 AI 전문가인 맥킨지의 알렉스 데버슨 선임 파트너는 AI가 이전보다 빠르게 실험용 의약품을 설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실용적인 약물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신약 개발 중기 및 후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실패의 약 4분의 1이 안전성 문제 때문이며, 이는 약물이 체내에서 의도치 않은 작용을 일으켜 해로운 부작용을 낳는 '오프 타겟(off-target)'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AI 모델은 이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버슨 파트너는 "투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문제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과 사모펀드들은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AI 신약 개발 분야에 84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2년 전 약 40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인실리코 메디슨이나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같은 소수의 AI 기반 바이오 기업만이 후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을 뿐,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은 신약 개발을 혁신이 필요한 수익성 높은 기회로 보고 있다. 앤스로픽의 아모데이 CEO는 지난 9월 엑스(X)를 통해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5~10년 안에 대부분의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올해 초 비공개 상태의 바이오테크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거의 모든 운영을 AI로 진행하는 1인 바이오 기업을 사들였다. 오픈AI 역시 지난달 AI 신약 개발 바이오테크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제약사도 AI 개발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라이릴리와 엔비디아는 지난 1월 신약 개발 및 로보틱스 분야의 AI 연구를 위해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 등도 오픈AI 또는 앤스로픽과의 협력을 선언했다.

1천 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리제네론의 조지 얀코풀로스 최고과학책임자(CSO) 등 연구 수장들은 AI가 실험실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은 보지만, 혁명으로까지 보지는 않는다. 얀코풀로스 CSO는 "AI가 기적처럼 나타나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15년이 걸리던 과정을 5년으로 단축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당국은 최근 규제 제출 및 임상 데이터 분석에서의 AI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했으나, 적합한 환자를 충분히 찾고 연구 기간 내내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가속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는 신약 개발에서 더욱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 바이엘의 유전자 치료 부문 팀은 최근 AI를 활용해 수일 만에 1억 개의 환자 기록을 훑어 유전자 마커와 병력을 분석하고, 자사의 유전자 편집 기술에 가장 적합한 5가지 질병을 찾아냈다.

바이엘의 세바스찬 구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그것이 AI 자체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며 "인간 과학자의 탁월함과 AI가 결합할 때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글은 WSJ 보도를 바탕으로 KRXVIZ가 한국어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의 저작권은 WSJ에 있으며,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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